입냄새ㅡ 낡은 시간의 향기
- 시인: 박도진
- 작성일: 2026-02-23 16:28
내 몸에서 더 이상 꽃향기는 흐르지 않는다
오래 비워 둔 방처럼
문닫힌 시간의 냄새가
입술 사이 어둠을 밀고 나온다
말 한마디 꺼낼 때마다
보이지 않는 짐승 한 마리 기어 나오는 것 같아
나는 내 숨결이 서글프고 두렵다
가장 곁에 있는 아내마저
잠시 고개를 돌리는 순간
나는 세상 밖으로 비켜 서는 법을 배운다
늙어간다는 것은
관절 하나의 통증만이 아니라
구석진 곳에서
조용히 피어나는 부끄러움까지
오롯이 끌어안는 일임을 뒤늦게 알았다
그래서 나는 입을 가리고
마스크 한 장의 칸막이 뒤에 숨어 살아간다
입속에는
임플란트와 의치
끝내 자리를 지겨낸 몇 개의 생이빨이
서로의 생(生)을 인정하며
좁은 땅 위에 함께 서 있다
소금물로 정성껏 씻어내 보아도
냄새는 낡은 나무의 뿌리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깊이 나를 붙잡는다
그래도 씹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이 냄새마저 나의 무늬였음을 받아들인다
조용히, 그러나 끝까지 나의 숨을 쉰다
← 시 목록으로
오래 비워 둔 방처럼
문닫힌 시간의 냄새가
입술 사이 어둠을 밀고 나온다
말 한마디 꺼낼 때마다
보이지 않는 짐승 한 마리 기어 나오는 것 같아
나는 내 숨결이 서글프고 두렵다
가장 곁에 있는 아내마저
잠시 고개를 돌리는 순간
나는 세상 밖으로 비켜 서는 법을 배운다
늙어간다는 것은
관절 하나의 통증만이 아니라
구석진 곳에서
조용히 피어나는 부끄러움까지
오롯이 끌어안는 일임을 뒤늦게 알았다
그래서 나는 입을 가리고
마스크 한 장의 칸막이 뒤에 숨어 살아간다
입속에는
임플란트와 의치
끝내 자리를 지겨낸 몇 개의 생이빨이
서로의 생(生)을 인정하며
좁은 땅 위에 함께 서 있다
소금물로 정성껏 씻어내 보아도
냄새는 낡은 나무의 뿌리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깊이 나를 붙잡는다
그래도 씹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이 냄새마저 나의 무늬였음을 받아들인다
조용히, 그러나 끝까지 나의 숨을 쉰다